(2020년 11월 23일) 임영희 12년 후배교수의 독후감

"동창들이 '희수'라서 책 하나 냈어요. 다 아마추어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한 분이라 책 보냈어요."란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동창회에서 낸 문집인가 보다 했지요. 책을 받아서 <6.25 70주년과 희수를 기념하며>란 제목을 보았을 때는 '6.25 70주년'이라는 말이 참 뜬금없게 여겨졌어요. 나중에 왜 그렇게 여겨졌을까, 생각하니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보니 제 삶과 연결된 끈이 없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하긴 아버지가 6.25 전쟁때 낙동강 전선에 배치되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지가 30년이 넘는지라...


맨먼저 선생님 글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깜짝 놀랐어요. 

인민군들이 쌕쌕이 방패막이로 다섯살배기 아이를 들판 한가운데 세웠고, 그 아이가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에요. 인천연안부두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 안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는 딸에게 당신이 끼고 있던 털실장갑을 벗어 발에 신겨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또 얼마나 다정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지는지요.

바로 이어서 장욱진 선생님 따님 글이 있어서 읽어가면서 그 유명한 화가의 피란시절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배주네 집>이나 <연동 풍경> 그림의 배경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뜻밖의 기쁨이었습니다.

두 편의 글을 읽고 나니 전체를 다 읽어보고 싶어져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참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는 책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생애만으로도 방대한 책인데 65편이나 모였으니...


경험이 가장 큰 스승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게 전 이제까지 6.25를 다룬 글이나 영화 중에 이 책만큼 생생한 기록을 보지 못했답니다. 전쟁터에 총을 들고 나가 싸운 군인들의 이야기보다 어린아이가 후방에서 겪어낸 피난과 생이별, 기다림과 그리움, 생사의 갈림길에 맞닥뜨린 두려움과 고통...70년이나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 장면들이 전쟁의 참상을 훨씬 비극적으로 느끼게 해주네요.


'그 후 70년 희수를 맞으며'도 좋으네요.

그 후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듣는 듯합니다.

각자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이야기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 편의 교향곡이 연주된 느낌입니다. 

어르신 한 분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폐쇄된 것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선생님과 함께 한 소중한 인연 덕분에 귀한 책을 선물 받았고 다양한 선배언니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제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하고,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주셔서 감사하고,

그걸 책으로 펴내 공감하며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의 막바지,

오늘도 기쁘게 지내시길 빕니다.